내 하루는 름름해

아. 갑상선.

름름한하루 2023. 12. 6. 16:56
름름하게 름름하지 못하기.(?)


intro.

갑자기 남겨보는 포스팅의 주제가 무려 암.일줄이야.

그동안 직장건강검진을 2년에 한번씩 해왔던 나.

올해도 서둘렀으나 겨우 막차를 탄 11월. 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 전날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노키즈 모임도 갖구,
학교도 놀러가서 모교 방문한 한 세대 늙은(?) 동문 너낌쓰도 좀 내고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는데..

다음날 아침 일찍 시작한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에서 이번엔 모양이 좀 안좋다고 세침 검사를 받아 보시라고 들었다.

진료의뢰서를 받는 김에 당일 검진센터에 있는 내과에서 가능하면 다 받고 싶었는데 불가했다.
태백에 마땅한 병원이 없어서, 어차피 동해나 강릉으로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강릉아산병원에 전화로 바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시작된 나의 갑상선 일지.

이 기록은 이제 나에게 주어진 길이 된,
갑상선레이스(라는 표현은 조금 그런가?)에 너무 좌절하지 않기위해 하는 노력이다.

강릉아산병원엔 갑상선클리닉이 있다.
아예 초진인지라, 전화로 예약하면서 정신도 없는 와중에 자세히 설명을 듣지는 못했지만
나의 우선순위는 무조건 당일 “세침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였다.
(이전에 서울아산병원에 초음파CD, 진료의뢰서 다 들구 갔으나 초진 1분 미만컷의 경험이 있었기에..(feat.내심장…))

가장 빠른 일자로 예약을 하고, 긴가민가 어영부영 하는 마음으로 태백에 내려왔다.


갑상선레이스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다림의 시간인 것 같다.
아직 바늘은 찌르지도 않았는데 내게 다가올 너무 많은 경우의 수들이 생기면서.
후기를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그만 찾자 하다가도 또 궁금해 들어가고.

모양은 무얼 뜻하는지, 크기가 무슨 암시인지. 셀프진단의 늪에 빠지려고 할때마다 지금은 알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런 마음을 다 잡는데도 심장내과의 경험이 한 몫했다. (내 심장이야기도 언젠가는 기록해야지..)

step1. 진단

그리고 대망의 강릉아산병원 갑상선클리닉(영상의학과)초진.
여행갈 때 지나가며 “아 저기가 강릉 아산이구나? 바다가 보이겠네”했던 곳에 내가 갔다..! (또르르)

영상의학과는 본관 2층이라 약간 지하너낌. 본관 3층이 지상 1층 같아서, 여기서는 바다 안보인다..

세침검사&총생검
나동규 선생님은 엄청 꼼꼼히 봐주신다는 후기를 읽고 갔는데, 정말 꼼꼼히 한참을 봐주셨다.
검진초음파와는 다르게 더 넓게 목부위를 보고 결절부위도 굉장히 오래 봐주셔서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임파선(림프절)쪽도 결절이 보인다고 하셔서 임파선은 세침, 결절은 총생검까지 했다.
바늘로 하는 세침검사에 한번에 총생검까지 하는지 몰랐는데 기다림의 시간을 겪고보니 하루에 다 검사를 한게 사실 더 나았다. (바늘 한번이라도 덜 찌르자 ㅜㅜ)

그리고 선생님이 태백은 머니까(흑 맞아요 ㅜㅜ) 한번에 검사 다 하면 좋겠다고,
채혈검사 추가해서 봐야할 수치가 있다고 하셔서 피도 한번 더 뽑았다. (결국 바늘 한번 더 찔러..)

일주일 뒤, 검사결과 들으러 가는 날.
먼저 예약 된 CT검사를 하고 진료를 봤다.
ct검사 처음 받아보았는데 생각보다 검사시간이 길지 않고, 조영제 넣는 주사도 바늘이 굵었지만 잠시 따끔하고 괜찮았다.

긴장도 잠시..나는 빼박. 감상선 유두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적 치료를 해야하는 단계라고 하셨고 임파선 전이도 확인되었다는 결과를 들었다.

암이 맞아요.



산정특례(중증환자등록이라고 말씀하심)가 바로 적용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물어보니, 이제 수술하는 선생님을 만나서 치료를 위한 수술을 결정하면 된다고 하셨다.

수술을 여기서 해야할지, 서울로 가야할지 당황하기도 하고 바로 결정을 못내릴 것 같아 물어보았는데
환자와 가족들의 선택이지만, 여기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이고 시간을 너무 지체하지 않고 수술을 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다.

그렇게 나는 이제 이비인후과로..
의사선생님도 간호사선생님도 멀리서 오는데 같은 날짜에 다른 검사랑 다 보도록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많이 노력해주셨다.

이런 배려가 환자 입장에선 너무 힘이 된다는걸 느꼈다.

step2. mri검사&이비인후과 초진

수술 결정을 위해 이비인후과 이종철 교수님을 만나러 가는 날.
추가 검사가 있어 먼저 검사실에 들렀다.

지난 번 ct검사를 받고 나동규 교수님이 기도와 가깝게 결절(암)이 있는데 맞닿아 있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히 하기위해 mri검사를 해보자고 하셔서
난생처음 mri검사를 받았다.

조영제 넣는 바늘은 ct검사때와 동일하다. 단 mri는 금식이 필요없다. 덕분에 아아를 마시며 병원에 갔다.
mri 선생님이 검사실 가며 “오늘 전립선 검사,,?”라고 실수를 하셔서 당황.ㅋㅋㅋ
전.전립선이 없눈데…ㅋㅋ

덕분에 잠시 웃고 검사 설명 듣고 mri검사가 시작됐다.
tv에서만 봤던 것 같은 커다란 캡슐에 누워서 들어간 나.

오. 그 검사는 뭔가 굉장히 규칙적인 전자음이 엄청 고막을 때리는데 귀마개를 주셔서 그런지 못견딜 만큼은 아니었다.

검사 전에 선생님이 갑상선 목 쪽을 찍는거기 때문에
너무 크게 호흡하거나 침삼킬때 흔들림이 있을 수 있으니 잔잔한 호흡을 유지하시라고 하셔서
눈을 감고 계속 잔잔한 모드로 호흡을 이어갔다.

총 검사시간이 40분가량 소요되는데 약 10분 정도 남았을 때 조영제가 투입될거라고 하셔서 그 시간을 기다리다보니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어느순간 깜빡 잠이 들었다 깼다.

나 몰랐는데 되게 걱정 없나보다..?

검사를 마치고 나와 기다리던 남편에게 “여보 나 깜빡 잠든거 있지” 하니 남편이 웃었다.
이렇게 웃으며 검사하는 것도 좋은거라며.

검사 후 바로 이비인후과로 올라가서 아아를 한잔 드링킹 했다.
강릉아산 1층 카페는 아아는 비추.. 너무 맑디맑다.. 그래서 무인커피자판기에서 뽑은 커피로 쓴맛을 확 느끼며 얼음을 와그작!
갈증을 날렸다. ct나 mri나 조영제를 빨리 배출하려면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요하다.

이종철 교수님 초진은. 조금 당황했다.

전이가 확인 되었으니 수술 부위가 꽤 클거라는 점과
아무래도 서울 병원으로 수술을 위해 옮기는 환자가 많은 추세인지, 병원을 옮길 수 있다는 선택지를 받았다.

우리도 고민을 안했던건 아니지만, 왠지 우리의 결심에 확신을 받고 싶었던 입장에서 선택을 제안받으니 다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그렇지만 남편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의 선택을 되돌리지 않기로 했다.
선택의 이유는 바로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은 점.
전이가 느린 갑상선 암이라고 하지만, 수술이라는 치료를 결심한 순간 빠른 치료를 가장 원했다.

저흰 여기서 할겁니다!라고 남편과 나는 확신의 레이저빔을 쐈다.
그리고 남은검사들은 무엇인지, 어떤 단계가 남았는지 설명을 듣고 수술일자를 잡고 나왔다.
새해가 밝자마자 하게 될 예정.

그렇게 진료실을 나와 수술 전 검사(엑스레이, 피검사, 심전도, 소변검사)를 받고 집에 돌아왔다.
아직 남은 검사 일정은 심장초음파(아..심장아..), 갑상선초음파(수술부위그림그리는 과정이라고 간호사선생님이 말해주심), 폐기능 검사가 있다..!
검사 후, 수술 예정일정에 수술을 하게 되면. 2024년 새해는 나에게 또 다른 시작이 될거다.

름름하지 못해도 름름해

갑자기 암환자가 되고보니, 고민되는 상황을 너무 많이 만나게 된다.
내 의사결정이 앞으로 남은 생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치게 될거라는 중압감이 이토록 무겁나보다.
하지만 또 어떠랴 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늘 그렇듯이 나의 선택엔 내가 살아 온 삶의 방식이 담겨 있고 또 그 선택이 내 삶이 되는 거니까.
이 길 또한 나답게 지나가보려고 한다. 나와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보내는 이 시간 역시 내 삶의 일부이니까.
그 와중에도 나는 행복을 찾아보려고 할꺼니까.

기록은 계속 남겨보려고 한다. 지금의 나를 내일의 내가 보고 나답다 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