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의 마음.
나는 1년 중 가장 좋아하는 날이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추위를 많이타면서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었던 아이러니 처럼,
추운 계절에 마음이 절로 따뜻해지는
겨울의 최고점은 크리스마스가 아닌가 싶다.
11월 1일만 되도, 스벅엔 크리스마스 메뉴가 출시되고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뭐가 되는지 떠들석해지면 뭔가 마음이 붕 뜨는 기분이 든다.
스벅도 백화점도 없는 이곳에서도 마음만은 그런 설레임에 편승해있다.
추운 겨울에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날.
마음 한 구석 외로움을 느낄때도 어디선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날.
영화가 만들어준 환상 같지만, 내 마음이 포근하면 그냥 좋은 것 같은 날.
내가 느낀 좋은 기분을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대학생 시절, 종강하고 긴 방학에 들어간 날 중에 서점에 들렀다가 크리스마스 카드를 샀다.
내친김에 친구들에게 카드를 써서 보냈다. 마치 어린 시절 교회나 학교에서 카드를 만들고 꾸미고 편지를 썼던 것 처럼.
그리고 나서 뉴니가 태어난 해부터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편지를 써 보내 왔다.
어느새 10번째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게 되었고, 친구들의 주소를 물어가며, 편지를 적어 보낸다.
아이가 어릴 땐, 아이의 성장과정을 응원해주고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 항상 걱정어린 마음과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와 가족들이 고마워서 그 마음을 담아 보냈다.
살던 곳을 떠나와 낯선 곳에서 그래도 한 해를 잘 보내고 있노라고
1년에 한 번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없더라도,
함께 지내던 시간을 되돌아 보며 나의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그런 마음을 쓰고 싶었다.
딸에게도 크리스마스엔 그냥 선물을 기다리고, 선물을 뜯어보고 지나치는 날이 아니라
주변에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한 해를 함께 잘 보내 왔다고 인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다 크면 언제 어떤 걸 선물 받았는지도 잊게 될 텐데, 엄마가 물려줄 유산 같은 것? 혹은 어릴 적 추억이 될 이벤트가 있으면 좋겠다고 느껴서다.
뉴니가 어릴 땐,
우리 아이여서가 아니라 그냥 아이의 순수하고 맑은 표정이 주는 편안함이 있다고 느껴서 사진으로 카드를 만들었다.
조금 커서는 삐뚤지만 뉴니가 직접 그리거나 꾸미는 카드를 만들었다.
어쩔 땐 너무 숙제처럼 혹은 대충 만들고 마는 모습이 있어서 어떤 카드는 포기한 적도 있다.
올해는 조금 허술해 보이지만 나름의 느낌이 있는 카드를 만들었다. (10대 기념이랄까..)
선물도 톡으로 간단히 주고받고 코로나 팬데믹을 지나면서는 송년회도 비대면 화상회의로 해야했지만
우체통에 투박하게 배달 된 봉투를 열어, 예쁘지 않은 삐뚤하게 적어 낸 손편지를 읽는 시간이 잠깐 쉼표가 되길 바라면서.
올 해의 크리스마스 카드를 적어 보낸다.
답장이나 보답의 부담 없이 잠시 읽어내려가는 시간 동안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려주면 충분한,
잠깐의 따뜻한 마음.
그 마음을 전하는 이 시간이
앞으로도 꾸준히 할 수 있는 우리만의 연례의식(?)이 되길.
메리 크리스마스 :)
